2018.07 뉴스레터

저것은 벽
어쩔 수 없는 벽이라 느낄 때
담쟁이는 말없이 그 벽을 오른다
물 한 방울 없고 
씨앗 한 톨 살 수 없는
저것은 절망의 벽이라 
말할 때 담쟁이는 
서두르지 않고 앞으로 간다
서두르지 않고 앞으로 간다
한 뼘이라도 꼭 여럿이 
함께 손을 잡고 올라간다
푸르게 절망을 잡고 
놓지 않는다.
저것은 넘을 수 없는 벽이라고 
고개를 떨구고 있을 때
담쟁이 잎 하나는 
담쟁이 잎 수천 개를 이끌고
그 벽을 넘는다

/ 도종환, '담쟁이'